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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인종 4~7




4.

 특질연구소 교육센터 기숙사는 1층에 큰 로비가 있다. 로비는 세타 학생들이 사용하는 A동과 알파 학생들이 사용하는 B동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구진오와 한이는 오후 내내 로비 구석에서 개인 단말기를 무릎에 끼고 과제 하는 시늉을 했다.  그럴듯해 보이기 위해 방에 굴러다니던 오래된 종이책을 바리바리 들고 나와 테이블 구석에 쌓아두었다. 드문드문 구진오가 고개를 들고 로비 입구를 탐색하였고 한은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왔다. 왼쪽에 들어노는 탈색머리랑 빨간 후리스.”


 구진오가 한의 귀에 속삭였고 한이는 둘의 얼굴을 확인하고자 눈을 바쁘게 굴렸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한은 로비에 항시 대기중인 보안 요원에게 다가갔다.


“쌤. 외출금지 언제 풀려요?”


 요원은 흠칫 하며 뒤로 물러났다. 보통 교복 명찰을 보면 알파학생인지 세타학생인지 구별할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숙사라서 다들 사복차림이었다. 얼굴이나 사복에 알파라는 표를 달고 다니는 것도 아니었지만, 한이의 얼굴을 모르는 요원은 아무도 없었다. 

문장 그대로의 의미였다. 연구소 내 모두가 한이를 알고 있었다.


“일주일은 심하잖아요. 솔직히. 인권 침해라구요.”


 한이는 그런 표정 변화에 익숙한 불쾌감과 야릇한 쾌감을 느꼈다. 그래도 불쾌감은 여전히 거북하다. 공포의 대상이 된다는 것. 

 요주의 인물인 한을 경계하느라 요원은 한의 어색한 연기를 알아채지 못한다. 그렇게 한이 주의를 돌리는 동안 진오는 두명의 세타 학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언제 싸웠냐는 듯이 티격태격 하며 킬킬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지난 이틀간 청소를 하면서 대화로 잘 풀었던 것이겠지. 아무튼 두 사람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들어섰다. 조금 더 앞서 올라가던 탈색머리 학생은 2층에 오르기 두어 계단 전 쯤에 문득 오른쪽 발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허공을 가볍게 밟은 듯 한 감각. 그리고 미끄러졌다.


“으아악!”


 두 사람이 엉킨채 한 층 만큼의 층계를 한참동안 굴러내려왔다. 보안요원은 사색이 된채 한을 버려두고 계단으로 달려갔다. 탈색머리 학생은 발목을 삔 듯 정강이를 쥔 채 신음했고, 빨간 후리스를 입은 학생은 팔꿈치가 다 까져서 피가 철철 흘렀다. 한은 웃음을 애써 참으며 천천히 B동 계단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등 뒤에서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구진오가 키득키득 웃었다. 

“영상 잘 찍혔어? 톡으로 보내줘.”

 한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오른손으로 단말기를 흔들어 보였다. 

“꼴 좋다, 세타놈들.”

 구진오는 등 뒤에서 분명 싱글벙글 웃고 있을 것이다. 사실 진오는 딱히 세타 학생들에게 큰 감정은 없을 것이다. 워낙에 낙천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은 깊게 못하는 녀석이니까. 하지만 이런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데에는 곧잘 응해주곤 하는 별종이었다. 구진오의 특성은 진동계열으로, 분자간 마찰력을 조절할 수 있었다. 사실 알파로 분류될 만큼 강력하거나 위험한 특성은 아니었다. 

그런 진오가 알파로 분류된 이유는 2년 전 이 능력으로 사람을 해쳤던 전과 때문이었다. 



5

 순창으로 향하는 고속버스 안에서 원은 학교에서 배부하는 교육용 단말기를 만지작 거렸다. 보통 또래 아이들은 신형 개인 단말기를 사용하지만 원이는 종이 재질과 비슷한 화면을 지원하는 교육용 단말기를 선호했다. 생산단가가 높고 전력소비 효율이 좋지 않기 때문에 신형 단말기들은 이 디스플레이를 차용하지 않는다. 최근문서를 열어보니 사회선생이 수업시간에 보냈던 자료가 있었다. 순간 기분이 상했다. 문서를 열어보았다.

[소수인종의 정의와 종류]

또 뻔한 소리겠지, 하며 스크롤을 쭉 내렸다.

‘소수인종은 그 종류가 무수히 많다. 소수인종을 연구하는 여러 국제기구에서 추산한 바로는 약 100가지 이상의 특성이 존재하며 그 특성은 WHO의 표준특성분류에 의거하여 크게 5계열로 분류한다.'

 원이가 체감하건데 가장 흔한 특성은 진동계열이었다. 글을 이어서 읽어본다.

‘손을 대지 않고 물건을 움직이거나, 바람을 발생시키는 등 자신을 제외한 무생물에 외력을 작용하거나 외력을 조절하는 특성을 한데 묶어 진동계열이라 부르며 진동계열은 소수인종 인구의 과반수를 차지한다. '

 이 문장을 읽고나서 버스가 한번 덜컹, 거렸다. 원이의 옆자리에서 안대를 쓰고 자던 송이 뒤척였다. 진동계열은 정말 흔하지, 라고 생각하며 송이 덮고있는 담요를 어께치까지 끌어올려준다. 송은 약한 세기의 바람을 발생시키는 진동계열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선풍기의 미풍과 비슷한 세기의 바람이라서, 특성 등급은 감마로 책정되었다. 송은 그 특성을 낙엽을 쓸거나 머리카락을 말릴 때 사용하곤 했다. 여름처럼 기온이 높은 경우 공기분자의 운동이 활발해져서 송이의 특성이 잘 먹히지 않았다. 

“바람은 여름에 가장 필요하지 않아? 정말 아쉬워."

 초등학교 때 송이가 자주 하던 말이 생각났다. 원은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조금 돌려 시선을 창문 밖으로 던진다. 창 밖으로 나무가 세차게 길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한번 눈썹을 씰룩이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단말기를 들여다 보았다. 특성을 분류하는 큰 다섯가지 계열이 예시와 함께 표로 정리되어 있었다. 진동계열, 광학계열, 감각계열, 조절계열, 기타 등등.

‘기타 등등이라....’

 탁 하고 단말기를 뒤짚어 무릎에 내려놓았다. 더 읽을 기분이 아니다. 차가운 기운이 도는 창가에 머리를 기대었다. 기타등등. 원이는 그 이름이 싫었다. 

사실은,

“모든게...”

모든게 진절머리가 나.

들릴듯 말듯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6.

 오전 내내 늘어져 자고있던 한을 깨운것은 진오였다. 게슴츠레하게 뜬 눈을 거칠게 비비며 한이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너 또 내 방에 마음대로 들어왔어?”

 고개를 들어 문고리를 보니 어느새 열려있다. 진오에게 물리적으로 잠긴 문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찰력을 줄여서 매끄럽게 만들면 어떤 자물쇠나 문고리도 쉽게 열리곤 했다. 미국에선 이런 류의 진동계열 범죄자를 방지하기 위해 전자석으로 된 잠금장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들었다. 그래도 진오만큼 능숙하게 이 특성을 사용하는 사람은 한국에 거의 없었다. 천진난만한 잔혹함과 희귀성, 진오는 그야말로 '알파 다운' 학생이었다.

“너 단말기 확인안했지? 오늘 면회 잡혔더라.”

한은 귀를 의심했다. 설마?

“네 동창들 오는거 같았어. 두명이랬으니까.”

 아 그렇구나. 한은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곧 그런 기분이 든 것에 친구들에게 새삼 죄책감을 느꼈다. 구진오는 허락도 없이 침대에 털썩 뛰어들었고 한은 그런 진오를 가볍게 피하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외출금지 받자마자 면회네, 네 친구들이 타이밍이 참 좋아.”

 침대에 앉아 배게를 끌어안고 구진오가 실없는 말을 이었다. 한은 그런 진오를 두고 화장실로 향했다. 진오가 어떤 말을 꺼낼지 대충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송이는 시험 잘 봤대? 외출금지 아니었으면 나도 같이 별관 가는건데....”

으, 아직도 저런 소리를 하네. 송이는 너에게 전혀 관심 없는데... 혀를 차며 찬장에서 머리빗과 가위를 찾아낸다. 가위 날이 퍼렇게 반짝인다. 

 그 시간 원과 송은 기숙사와 5분거리에 있는 기숙사별관에 도착했다. 예정된 면회시간보다 한시간 가량 빨리 도착한 것이라 딱히 할 일이 없는 두 사람은 별관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골에 위치한 연구소지만 나름 갖출 것은 다 갖췄다. 별관에서 멀지 않은 곳엔 작은 연못과 토끼장이 있었다.

“왜 연못이랑 토끼장이 같이 있을까? 전혀 관련이 없잖아.”

“둘 다 아무튼 건물안에 넣을 수는 없어서 아닐까?”

“그런가.”

 아무 말이나 주고받으면서 두 사람은 킬킬거렸다. 교복을 입은 세타학생 무리가 삼삼오오 뭉쳐서 그런 두사람 곁을 몇 차례 스쳐 지나갔다. 그러던 말던 원은 토끼장 앞에 붙어 앉은 송의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그 때, 한 무리가 자기들끼리 무어라 속닥이더니 원에게 다가왔다.

“너희 밖에서 온 감마구나? 견학온거야?”

 단발머리의 학생이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원은 갑작스러운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색함을 느끼며 송을 돌아보았다. 송은 갈색 귀를 가진 아기토끼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일부러 무뚝뚝한 톤으로 대꾸한다.

“견학은 아닌데, 친구 면회왔어.”

“그래? 아무튼 반가워!”

 내민 손에 한번 더 당황했다. 송도 어느새 옆에 와서 생글생글 새 친구들에게 웃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손을 잡자, 위화감을 느꼈다. 이어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가벼운 현기증이 밀려왔다. 그런 원의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단발머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원을 위 아래로 훑어 보았다.

“우와, 너.... 감마 아니구나.”

 진심으로 원이 신기하다는 듯 생긋 웃고 있었다. 원은 화들짝 놀라 손을 휙 빼버렸다. 아, 조절계열인가? 조절계열 특성 중 접촉을 통해 상대방의 뉴런에 자신의 뉴런을 동기화 하는 특성이 있다곤 들었지만 이런 짧은 접촉으로도 가능한지는 미처 몰랐다. 타인에게 정신을 헤집혔다는 사실은 어지럼증을 수반했다. 저혈압이라도 온 듯 눈앞이 아찔해 지는 탓에 원은 눈을 질끈 감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송은 상황을 대충 파악한 듯 화를 냈다.

“너 뭐야? 이 학교에선 마음대로 특성 남발하지 말라고 안배우니?"

 작은 덩치의 송이 의외의 큰 성량으로 윽박을 지르자 단발머리가 자신도 놀랬다는 듯 두 손바닥을 보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단발머리 뒤에서 상황을 보던 세타학생 무리들은 그런 송을 신경쓰지도 않고 휘둥그레한 눈빛을 흘리며 원에게 다가왔다.

"감마 아니면 뭐야? 얘네는 '밖'에서 왔잖아."

 질문을 들은 단발머리는 원의 눈치를 봤다. 원은 아직 현기증이 가시지 않아서 이마를 짚은 채 단발머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외부인인 원과 송이 문제를 일으키는게 한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원이 짜증을 삼켜내며 자리를 뜨려 마음먹은 순간,

"너희 뭐하는거야?"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저번보다 더 엉망인, 짧은 머리칼의 한이가 이쪽을 쏘아보고 있었다. 헉, 하고 들숨섞인 비명소리가 세타무리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7.

 세타아이들 사이의 웅성거림이 느껴진다. 한이 다가오자 그에 맞춰 아이들이 안무라도 맞춘 양 한발 두발 물러선다. 송은 불안한 듯 발목 언저리에 미지근한 바람을 휭휭 불어대기 시작했다. 제발 더 큰 싸움이 일어나지 않기를. 작게 한숨을 쉬고 원은 다가온 한의 손을 잡았다.

“별일 아니야. 길을 좀 물어봤어.”

 그런 원의 눈을 들여다보던 한은 송의 행동거지를 살피다가 고개를 돌려 세타무리에게 으르렁 거렸다.

“꺼져!”

 아이들의 눈에 서린 감정이 풍겨온다. 공포가 일렁이고 있었다. 한의 외침에 기다렸다는 듯 세타학생무리가 종종걸음으로 달아났다. 단발머리는 제일 뒤에서 그들을 따라가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두 손을 모아 가슴 앞으로 가져다 대며 입모양으로 ‘미안’이라 속삭였다. 한은 자신에게 겁먹고 달아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의기양양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멍청이들.”

 그리고 풀밭에 침을 퉷 하고 뱉어버린다. 안도의 한숨을 쉴새도 없이 송이 한에게 달려가 와락 안긴다.

“한아! 정말 보고싶었어!”

 한은 불만 가득한 표정을 거두고 원과 송을 번갈아 보았다. 원은 가볍에 웃어보였고 송은 킬킬 웃어대기 시작했다.

“머리가 그게 뭐야? 또 혼자서 막 자른거지?”

 원도 새삼 엉망인 한의 머리칼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한도 제 짧은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피식 웃었다. 마냥 웃다가 문득 원은 슬픈기분이 들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한은 저번에 왔던 모습보다 더 깡 말라있었다. 옷은 항상 기관에서 나눠준 생활복 차림이었고 한 켤레 뿐인 운동화가 너덜거리고 있었다. 머리를 저 혼자 대충 잘라버리고 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리라. 지난 달 한에게 생일선물로 줬던 남방은 꾸준히 잘 입고 있는지 옆구리에 끼고 왔다. 먼길을 걸어오느라 열이나는 바람에 벗어둔 것이라 짐작해본다. 

“우리 안에 들어가자. 매점에서 뭐라도 먹게.”

 기숙사 내부에서 구할수 있는 과자나 간식의 종류는 한정적이었다. 구진오에게 부탁 받은 것도 있고, 한은 매점에 가서 간식을 쓸어올 심산이었다. 


 원은 책상에 즉석감자튀김을 잔뜩 쌓아놓고 종이트레이에 케첩을 부었고, 한과 송은 기숙사로 가져갈 간식거리를 두 손 가득 들고 테이블에 돌아왔다. 면회에 사용되는 별관 휴게실엔 세 사람 뿐이었다. 감자튀김 하나를 입에 넣으며 원이 물었다.

“네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다니던 그 남자애는 어째 안보이네?”

옆에서 송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 게다가 주변에 온통 세타애들만 지나다녀. 알파애들 끼리 단체로 소풍이라도 간거니?”

한은 소풍이라는 단어를 듣고 송의 명랑한 사고방식 답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정말 좋았을 텐데.”

 또 단체로 보복성 징계를 받은 것인가. 오는 길 버스안에서 센터에 무슨 사건이 있지 않았는지 검색을 해보고 왔지만 최근 기사라곤 별 시덥잖은 연구 성과 몇가지 뿐이었다. 이런 시골 구석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제대로 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아무튼간에 한을 화나게 하는건 좋지 않을텐데, 원은 한의 기색을 살폈지만 크게 기분 상한 표정이 아니었다.

“세타끼리 싸움이 있었는데, 그게 일이 좀 커져서 언제나처럼 알파들이 대신 벌을 받고 있지. 외출금지 일주일!”

 한은 어께를 으쓱해 보였다. 입에 넣으려던 감자튀김을 툭 떨어뜨리며 송이 꽥 소리를 질렀다.

“또야? 이런 불량센터같으니! 너희가 뭘 잘못했다고?”

 송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졌다. 한은 그런 송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고개를 까딱거리며 히죽 웃었다. 그리고 송의 앞머리를 몇번 쓰다듬었다. 

“내가 가만히 앉아만 있을 사람이니?”

 그리고 고개를 들어 휴게실 구석의 CCTV를 한번 살펴보더니 카메라를 등지고서 조심스럽게 단말기를 꺼내보였다. 

“복수했지롱.”

한이 오랜만에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8.

 세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4년 전 특질연구소 전남지부에서  여름방학동안 가진 소수인종학생들을 위한 특성캠프때였다. 모든 소수인종 학생은 초등학교 재학 기간 동안 가까운 특질연구소에서 2회 이상 특성캠프를 수강해야 한다. 알파등급으로 분류된 아이들은 그 두 배인 4회 이상 특성캠프를 필수 수강해야 한다. 

 한은 벌써 세 번째 특성캠프에 참여하는 나름 ‘올드비’였고, 원과 송은 캠프에 첫 번째로 참여하는 ‘뉴비’였다. 이번 캠프에 참여한 10살짜리 여자아이는 총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6인실 방 두개를 배정받았고 공정하게 제비뽑기를 해서 인원을 나누었다. 이 때 세 사람은 우연히 묶여 106호 방을 사용하게 된다. 같은 지역에서 온 원과 송은 빠르게 가까워졌다. 애초에 송의 친화력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고, 원은 그런 송을 밀어내지 않았다. 둘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3학년 반의 유명한 단짝친구가 되었다. 

 그러던 말던 한은 방 구석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멍하니 구경했다. 딱히 또래 친구들과는 의사소통 하지 않았고 밖에 잘 나다니지도 않았다. 잠을 자거나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에 돌아오면 어두운 방 구석에서 기척없이 나타나곤 해서 같은방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고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원은 그런 한에게 작은 호기심과 동질감을 느꼈다. 한에게서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더 낡은 정신을 가졌다는 인상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굳이 먼저 다가가서 말을 붙일만큼 원이 친화력 있는 성격이 아니었고, 주로 송과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 한과의 접점은 매우 적었다. 점심은 다들 식당에서 해결하는 분위기였지만 식당에서도 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캠프의 3주차 수업은 특성계열별 학습이었다. 원은 106호를 사용하는 5명 중 3명이 진동계열이란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진동계열 학생들은 안전교육과 실습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강당이나 세미나실에서 보냈고, ‘기타등등’ 학생들은 개별 e러닝을 위한 단말기가 지급되었다. 즉 방에서 인터넷 강의나 보라는 것이었다. 아침에 송을 포함한 진동계열 아이들이 우르르 방을 빠져나가면 방 안에는 한과 원 두 사람만이 남았다. 둘은 서로의 특성을 모른다. 서로의 등급도 알지 못했다. 사실 원은 센터 선생님들이 한이를 대하는 태도를 대충 살피고 그의 등급을 어림 짐작했다. 대충 알파나 세타일 것이 분명했다. 그럼 왜 교육을 받으러 나가지 않은걸까? 기타등등을 제외한 모든 계열은 안전교육이나 실습수업이 개강되었기 때문이다. 원은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다.

“저기....”

 한은 귀를 의심했다. 어색한 정적이 잠시 흐르고, 잠시 후 한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2층 침대 난간에 고개를 걸치고 건너편 침대를 내려다 보았다. 방 반대편에서 원은 어색하게 웃으며 한을 올려다 보았다. 이 방에서 한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라곤 여태껏 친화력이 어마무시한 송 한 사람 뿐이었다.

“왜?”

 평소 어린애 답지 않은 원을 눈여겨보던 한은 이 대화가 싫진 않다는 듯 유한 기색을 보이며 대답했다. 둘은 서로에게 몰래 동질감을 느껴왔던 것이다.

“이번 캠프에 델타는 나 뿐이라고 들었거든. 그런데 왜 방에 있어? 나도 사실 델타야?”

 자신의 등급을 스스럼 없이 밝히는 것은 감마와 세타 뿐이었다. 한은 눈을 반짝이며 훌쩍 난간을 뛰어넘더니 사다리를 타고 후다닥 내려왔다. 그리고 빈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이 2층을 차지한 이층침대는 아무도 다가가지 않아서 1층이 비어있었다. 한은 델타를 처음 본 기색이었다. 

“너 델타니? 근데 그런 걸 나한테 말해도 돼?”

“델타니까 수업 안가고 방에 박혀있지. 그리고 어차피 소수들끼리 델타나 감마 같은거 큰 의미 없잖아."

“아하. 델타란 말이지...."

 답지않게 어린애같이 웃으며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이던 한은 순간 다른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내가 지금 무례하게 굴었어? 너무 신기해 한거 같네.”

 아, 이렇게 어린애가 저런 말을 하네. 원은 속으로 더 큰 끌림을 느꼈다. 상관하지 않는 다는 식으로 고개를 저으며

“익숙해, 그리고 우리들 다 같은 처지인걸.”

우리들인지 ‘우리 둘’인지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말을 뱉었다. 한도 마찬가지로 이 말에서 어린애 답지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한은 씨익 웃어보였다.

“나 알파야. 근데 수업은 안가.”

한은 짧은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들어봤자 아무소용 없으니까.”

 그게 무슨 뜻이야? 라고 물어보려는 순간 106호의 문이 열리고 수업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와글와글 밀려들어오며 우는 소리를 냈다. 

“으악! 안전교육을 세 시간이나 했어, 어제랑 거의 같은 내용으로!”

 송이 과장된 몸짓으로 비틀비틀 가리는 시늉을하며 원의 침대로 다가왔다. 원은 건너편 침대를 힐금 쳐다보았지만 언제 올라간건지 한은 2층 침대 위에서 등을 돌리고 누워있었다. 



고요한노을, 반연등을 그린 고요한입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goyohantr 트위터: @goyohan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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