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소설 #스릴러 #로맨스


해쉬태그로 장르를 쓰고싶은데 제 글들은 하나같이 장르가 불분명하네요.

소설은 인터넷에 처음 올려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반성문 0118




 그녀가 나를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기에 나는 이글을 쓴다. 이것은 회고록이며, 수필이자, 자서전이며 반성문이다. 이 긴긴 반성문을 시작하기 전에 혹시나 가질 불쾌함에 사과를 드린다. 실은 나는 반성하고 있지 않다. 반성해야할 이유를 잘 모르겠으며 나 스스로가 반성과 어울리는 사람은 못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알고 있으며 그녀도 분명 알고 있을 것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검은 눈은 내가 펜을 들게 만든다. 어쩌면 난 이글이 끝날 때 까지 반성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의 실낱같은 인간성에 작은 기대를 걸며 이글을 시작하고 싶다. 평생 글을 읽어만 왔지 글을 쓰는 것과는 인연이 없었기에 서투른 표현과 맞춤법에는 양해를 구한다.

 그녀와 나는 3년 전 여름에 영화관에서 처음 만났다. 그녀도 나도 영화시간에 심하게 늦어 입장하지 못한 채 상영관에 입장하지 못 한 채 앉아있어야 했다. 친절한 직원의 도움으로 다음시간의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으나 냉방이 섭섭한 복도에서 기다리는 것은 고역 이였다. 솜이 군데군데 빠진 벤치의 삐걱거림, 쓰레기통에서 올라오는 악취, 그사이에서 나와 불과 1미터도 채 안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그녀였다. 눈은 동공과 홍채의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짙고 투명한 검정색 이였고, 그녀의 눈처럼 새까만 생머리는 검은 폭포처럼 그녀의 하얀 목 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고고한 모습은 마치 한 장의 흑백수채화 같았는데, 그 무채색의 산통을 깨는 것은 검은 바탕에 빨간 글씨로 제목이 크게 적힌 작은 책 이였다. 나는 저 책을 알고 있다. 이미 몇 분전 그녀가 직원의 말을 듣고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아 핸드백에서 책을 꺼내는 순간부터 나는 그 검은 책이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 이란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새하얀 얼굴이 포 특유의 차갑고 축축한 문체에 젖어 더 하얗게 질려있었다. 그녀가 혹 저 단편집 어딘가에 분명 실려 있을 포의 단편중 하나의 여주인공 리지아를 닮았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절세미녀 리지아, 죽음을 극복하고 돌아온 죽음의 여신, 내 건너편 그녀의 이미지는 포가 묘사한 리지아와 똑 닮아있다. 그렇다고 그녀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차가워 보인단것은 아니다. 쌍커풀은 없지만 긴속눈썹을 가진 눈동자를 이따금 호기심 어린눈빛으로 내 쪽을 쳐다볼 때면 어린아이같이 순수하고 장난스러워 보인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모든 생각을 접어두고 난 맞은편의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포 좋아하세요?”

그렇게 길고 긴 혼자만의 생각을 했건만 그녀에게 건낸 내 첫마디는 짧고 무심했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실은 그렇게 생각 하는게 나뿐일지도 모르지만, 반짝이는 눈을 들어 나를 마주보았다. 한층 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녀는 나를 찬찬히 살피는 듯 하다 이윽고 입을 열었다.

“네.”

짧은 대답에 실망스러웠다. 내내 그녀에 대해 생각한 것과 내가 꺼낸 성의 없어 보이는 말투를 다시 생각하며 부끄러움과 후회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때 내 달아오르는 얼굴을 본 그녀가 환하게 소리 내어 웃었다. 아마 그녀는 날 숫기 없는 남자로 본 듯 했다. 지금 생각하는 거지만 그때 내가 조금이라도 더 냉정하고 빠른 판단을 내려 침착한 모습을 그녀에게 보였었다면 지금의 그녀가 내곁에 없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만난 그녀는 1년 만에 나의 아내가 되었고 아이 없이 신혼을 즐긴 지 2년째다. 그녀와 만난 이야기를 회상하며 글을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들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를 잠시 올려다봤으나 그녀는 아직도 차가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 혼자 들뜬 것 같다. 괜시리 또 얼굴을 붉히며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녀의 발목에 입을 맞췄지만 이제 그녀는 내 상기된 얼굴을 보고 웃어주지 않는다. 그녀는 싸늘한 침묵으로 날 내려다볼 뿐이다.

신혼초반까지만 해도 그녀의 미소는 변함없었다. 그녀의 한족 볼에만 패였지만 부족할 것 없는 보조개, 수수하고 작은 웃음소리와 그 작은 웃음소리를 수줍게 가리던 하얗고 가느다란 손목까지, 항상 그대로였다. 그런데 왜 그녀는 변한걸까? 여러 번 언급했듯이, 이글은 반성문이므로 나는 그녀의 변화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아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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