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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인종 1~3

sf 장편 연재



0.

이모가 말했다. 이건 저주라고....

엄마는 그런 이모에게 괜한 소리를 한다며 책망이라도 하려는 듯 고개를 들었다가 이내 입을 다물고 조용히 멸치를 다듬었다.

거친손 끝으로 뚝.뚝. 멸치가 나가 떨어졌다.

이모는 더 말을 잇지 않고 나를 가만히 내려다 보셨다. 나는 그런 이모의 무릎언저리에 고개를 파묻고 꾸벅꾸벅 졸다가 어느새 잠이들었다.


1.

 사회선생님이 나를 따로 호출하셨다. 사실 이 선생님의 수업시간엔 보통 다른 과목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곤 해서,  퍽 어색한 사람이었다. 아, 대놓고 할리퀸 소설을 읽은것은 좀 오바였나. 실없는 생각을 하며 교무실로 불려갔다. 

“원이왔구나. 다름이 아니라, 선생님이 원이처럼 소수인종인 친구들에 대해 수업을 하고싶은데 그 수업이 혹시 원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해서 미리 원이 생각을 듣고싶어서 불렀어.”

 선생님은 미안하다는 듯 멋쩍게 웃었다. 아니 정확히는, 멋쩍게 웃어보이려 했다. 원은 그 웃음이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단 것을 재빠르게 읽었다. 

내가 거절하면, 준비하신 수업 안할건가요? 제가 거절할수나 있나요? 목아래까지 차오른 작은 웅얼거림을 꿀꺽 삼켜내고 천천히 보여주기식 미소를 지었다.


“전 괜찮아요, 선생님.”


 소수인종 학생들의 특별 학생기록부를 작성하는것은 각 학교의 사회교사들이었다. 원이에겐 애초에 거부권이 없었다. 원이의 편견일수도 있지만, 피부에 닿은 공기로 느끼건데 교육수준이 높은 학생일수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지 않았다. 소수인종은 그야말로 경외나 동경이나 혐오의 좋은 타켓이었다. 원이는 어떤 타겟이 되던간에 특수고등학교에 가고싶지 않았다. 되도록 교육수준이 높은 학교에 가야 사소한 갈등을 피할수 있을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이 무례함과 거북함을 참아 넘길 수 있었다.

 드르륵, 반질반질한 얼굴의 사회선생이 수업용 단말기를 옆구리에 낀채 빙긋 웃으며 교실로 걸어들어왔다. 그 젊은 남자가 교단에 서서 단말기를 가볍게 스와이프 하자 아이들의 책상에 수업 자료가 도착했다. 일제히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머지않아 반 아이들이 미리 연습이라도 한 듯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나는 사회선생처럼 멋쩍게 웃었다. 눈치없는 사회선생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이렇게나 우리 가까이에 있는데 잘 모르는 것이 있죠? 오늘은 소수인종에 대해서 배워보겠습니다.”



2.

“조운용 진짜 또라인가봐.”

쓰레기통에 빈 캔을 거칠에 던져넣으며 송이 말했다.

“너도 너희반 수업 전에 불렀어?”

“아니! 넌 불렀어? 뭐라고 하던?”

경악스럽다는 듯 송은 두팔을 벌렸다. 원은 책에 고개를 박은 채 입술을 잘근 물었다.

“어이가 없어. 난 소수인거 굳이 티내지도 않는데 조운용때문에 반 애들 다 내 특성 알아버렸잖아.”

“......”

이것도 충분히 예상 할 수 있었다. 송의 특성은 가장 흔하고, 무해하기 때문에 송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소수인종에 대한 수업의 좋은 예시로서 사용될 확률이 높았다. 송은 혼자 떠드는 것에 질린 듯 눈썹을 삐죽거리다가 어께를 툭 떨어뜨리고 원의 곁에 털썩 앉았다. 원은 그런 송을 위로하고 싶지만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아서 가만히 송에게 어께를 내준다. 송은 원의 어께에 고개를 파묻더니 중얼거린다.

“짜증나.... 다들 동물원 원숭이 보듯 지나간다고.”

원은 책을 덮고 그런 송을 내려다 보았다. 두사람이 앉은 벤치를 비소수학생들 힐긋거리며 지나갔다. 원은 고개를 숙인 송이 저 눈초리를 보지 못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선생의 수업 이후다른 학생들 사이에 원과 송의 정보가 퍼진 모양이었다. 신서울도 아니고, 이런 지방학교에 소수인종은 굉장히 적으니까.

 이 늘어진 공기를 어떻게 환기 시킬 수 있을까?

“외부학습 신청하고 한이보러 갈까?”

송의 얼굴이 일순간 반짝이며 고개를 들었다.

“정말? 내일?”

“그래 내일. 이번달 외부학습 아직 다 안썼지?”

“한 번 남았어. 난 좋아!”

송은 원체 명랑한 성격이다. 싱글벙글 웃으며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거린다. 그에 비해 차분하고 냉한 성정의 원은 그들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음을 조용히 느꼈다. 고개를 휙 돌러 자신들을 보고 수근거리는 무리를 째려본다. 무리는 흠칫하더니 흩어진다. 그런 공기를 알아채지 못한 송이 팔을 이끈다. 원의 옆구리에 팔짱을 낀 채 송이 콧노래를 불렀다. 

'오랜만에 셋이서 모이겠구나.'

송의 기분전환을 위해 즉흥적으로 던진 제안이었지만 원이는 자신도 모르게 빙긋 웃었다.


3.

 한편 순창 인계면에 위치한 특성연구소 전남지부 부설 교육센터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비교적 야외 외출이 자유로운 세타학생들 사이에서 싸움이 발생한 것이었다. 아무리 소수인종이라 해도 세타등급이고, 중학생들 수준이라 보통은 학교차원에서 이런 작은 마찰에 하나하나 개입하지 않는다. 문제는 두학생간 상성이 좋지않았단 점이었다. 한쪽은 열 조절 특성을 가진 학생이고 다른 한쪽은 진동 계열이다.

 열과 진동은 분자 단위로 따졌을때 같은 효과를 가진다. 분자 운동에너지의 증가시키는 것. 즉 온도의 상승이다. 두 사람이 갈등을 빚은 복도에 마침 화재 감지 센서가 있었고 학교 전체에 스프링쿨러가 작동했다. 연구원과 교사들은 화가났고 미술실에서 수채화 수업을 진행중이던 1학년 3반이 가장 큰 봉변을 당했다. 교내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화살은 언제나처럼 알파학생들에게로 향했다. 일주일간 수업은 온라인수업으로 대체, 기숙사 외부로 외출 금지. 싸움의 당사자인 세타 학생 두명은 교내청소 일주일로 죄값을 치렀다. 

교정을 청소하는 두 세타학생을 블라인드 너머로 노려보는 사람이 있었다.

“세타들 때문에 이게뭐야. 밤새서 수행평가 발표 준비했는데 수업 다 미뤄지고...”

 집에서 대충 자른 듯 지저분한 더벅머리 학생이 블라인드에 딱 붙어 거친숨을 쉬고 있다. 한쪽 손으로는 블라인드를 쥐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신경질적으로 뒷머리를 벅벅 긁고 있었다. 그의 한뼘 곁에는 깡마르고 새하얀 남자아이가 안경을 닦고 있다.  창문에 고개를 박은 채 더벅머리 학생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구진오, 와서 쟤네 명찰 좀 봐줘. 이름 기억하게.”

막 닦아서 광이나는 안경을 얼굴에 걸친 남학생이 피식 웃으며 창가를 올려다본다.

“진심으로? 명찰 봐서 뭐하게. 들어보니까 둘 다 3학년이래.”

창가에 선 더벅머리가 몸을 돌리지 않고 고개만 천천히 돌려 남학생을 마주본다.

“무슨 상관이야. 만나면 계단에서 밀어버리겠어.”

 구진오는 멈칫 하면서 진심이야? 라는 의미로 눈썹을 찡긋 거렸다. 그 표정을 바라보는 더벅머리의 표정은 살벌하기 그지없다. 구진오는 속으로 아차 싶어서 달래듯 빙글빙글 웃어보였다.

“벌점 20점 다 채우고 졸업하려고? 그럼 너 졸업장 안나온다. 평생 중학교 다닐 생각은 아니지?"

그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다시 창가로 시선을 돌려버리며 툭 쏘아붙인다.

“아무짓도 안했는데 벌 받을 바엔 차라리 무슨 짓이라도 해보는게 덜 억울하겠지."

  안경을 쓴 남학생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어색한 정적이 방안을 채웠다. 그렇다. 싸움을 벌인것은 세타들이지만, 위험등급이 높은 알파학생들이 본보기로 벌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연구센터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손가락질은 알파들에게로 돌아갔다. 언론도 소수인종 관련 이슈가 떠오르면 가장 먼저 사건에 관여된 알파의 신상을 조사했다. 

구진오도 물론 화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 비극에 무뎌졌을 뿐이었다.


고요한노을, 반연등을 그린 고요한입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goyohantr 트위터: @goyohan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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